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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경애 ·학생상담부


박경숙 지음 (와이즈베리)



  단지 게으른 것은 아닌데, 도무지 뭘 해볼 엄두가 안 나고, 의욕이 없으며, 만사가 귀찮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가? 혹은 성공을 원하고, 열심히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성과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느낌이 든다면?

  인지심리학자인 저자 박경숙은 이러한 상태가 무기력한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고 싶으나 에너지가 바닥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스스로의 힘으로 처지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무기력이라 한다.

  책에는 무기력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의 실험이다. 그는 유명한 개 실험을 통해 ‘학습된 무기력’이란 개념을 소개하였다. 실험에서 셀리그만은 몇 마리의 개들을 전기가 흐르는 상자에 가둬 놓았다. 개들은 몇 번이나 아픈 전기충격을 받았지만 어떻게 해도 그 충격을 피할 수가 없었다. 피할 곳이 없게 설게 된 상자였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첫 번째 실험의 개들과 또 다른 새로운 개들을 함께 상자에 가둬 놓았다. 이번에는, 상자의 한쪽에는 전기가 흐르지만 다른 쪽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았다. 따라서 전기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개들이 충분히 도망 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첫 실험에서 도망갈 수 없다는 걸 배운 A그룹의 개들과, 두 번째 실험부터 새롭게 투입된 B그룹의 개들은 전기충격에 대해 매우 다르게 반응했다. 새롭게 투입된 B그룹의 개들은 전기충격이 가해지면 피할 곳을 찾아 전기 충격을 피했던 반면, 처음부터 실험에 투입된 개들은 아예 피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고통을 당하며 그들의 운명(전기충격)을 받아들였다. A그룹의 개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경험을 한 것이다. 즉, 무기력을 학습한 것이다.

  이처럼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은 ‘내 힘으로는 그 일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강력한 신념이 자리 잡게 된 상태다. 즉,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무기력이 비롯된 것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프랭크 미너스는 상담을 통해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하며 무기력증 환자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고 한다. “무기력한 사람들은 육체적, 정서적으로 탈진한 상태다. 그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끼고 지인과 사회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려 하며, 감정적인 허탈감에서 수반되는 정신적인 고통을 느낀다. 누군가 나서서 도와주려 해도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라며 고집을 부리고, 결국 혼자 고립되고 만다.”

  저자는 무기력에 빠져 10여 년을 고통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인지 과학서이다. ‘은밀히 속이며 인생의 발목을 잡는 강력한 방해자’인 무기력의 실체를 하나하나 파헤친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무기력의 여러 모습과 우리가 무기력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 후반부에는 무기력에서 벗어나 자발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동기 찾기, 자존감 회복, 인지 전환법, 정서의 치유, 숙달을 통해 유능감 회복하기 등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누구나 일시적인 무력감을 경험할 때가 있다. 살짝 앓고 지나가는 감기처럼 가벼운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면 책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마음을 추슬러보길 권한다. 그러나, 이미 납덩이처럼 무거운 무기력에 발목을 잡혔다면, 스스로 동기를 찾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무기력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첫 걸음은 믿을만한 지인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용기를 내보는 것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이 캄캄하게만 보이는 길도, 다른 누군가와 함께 고민할 때 다른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스티브 도나휴의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도가 아닌 나침반을 따라가라.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 가라.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 바람을 빼라.
혼자 그리고 함께 여행하는 법을 익혀라.
캠프파이어에서 한 걸음 떨어져라.
허상의 국경에서 멈추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