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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진희(학생상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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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출연 : 커스틴 던스트, 살롯 갱스부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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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일시적인 우울감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지독한 혼란스러움과 끝도 없는 무기력함으로 이끌기도 하는 우울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증상이다. 우울증을 소재로 한 영화 “멜랑콜리아”는 우울증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드러내고 있다. 영화의 제목 “멜랑콜리아”는 말 그대로 우울증을 의미하고, 영화 속에서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행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저스틴을 비롯한 그를 둘러싼 여러 캐릭터들의 등장과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행성이라는 SF적인 설정 속에서 인간의 심리적 변화를 불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고질적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저스틴과 그의 언니 클레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저스틴의 이야기와 클레어의 이야기로 구분되어 진다. 저스틴은 겉으로 보기에 유능한 카피라이터이고 많은 하객 속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올린다. 화려하고 웅장하기까지 한 결혼식에서 저스틴의 우울증이 도진다. 그녀의 고질적인 우울증의 원인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결혼식장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안정적이지 않은 부모의 모습, 고압적인 직장상사, 어색한 신랑과의 관계 속에서 그녀가 처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저스틴의 급격한 우울 모드로의 전환은 그녀의 이상행동으로 이어지고 결국 결혼식은 망치고, 다음 날 파혼을 하게 된다.
이렇게 불안정하고 극도의 혼란스러움을 보여주는 저스틴의 곁에는 그녀를 한결같은 보살핌으로 안정시키고 돌봐주는 언니 클레어가 있다. 클레어는 결혼식을 망치고 상태가 심각해진 저스틴을 집으로 데리고 와 함께 지내면서 극진히 보살핀다. 저스틴의 이야기에서는 저스틴의 우울감이 영화를 압도했다면, 클레어의 이야기에서는 영화 속 설정인 멜랑콜리아라는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클레어가 느끼는 극도의 불안감이 나타난다. 영화 초반 불안정한 저스틴과는 대조적으로 클레어는 안정적이고 현실적이며 이성적으로 그려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멜랑콜리아라는 행성이 지구와 가까워지고 충돌이 예측됨에 따라 클레어는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내고, 오히려 저스틴은 냉철할 정도로 덤덤하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인다. 언제나 이성적이고 어른스러운 언니 클레어는 행성이 빗겨갈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불안감과 공포를 떨쳐버릴 수 없다.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클레어의 불안정함과 걱정은 평상시에 이성적이고 정상적이었던 인간이 어떻게 심리적 혼란과 균열을 경험하게 되는지를 묘사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대한 인식은 개인의 심리적 상황에 따라 다르며, 그 정도와 방향을 예측할 수 없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면은, 불안해하는 클레어의 옆에서 그녀를 끊임없이 안심시키고 과학적인 근거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던 그녀의 남편이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것이 확실시되는 순간, 자살하는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는 반전이며, 인간은 누구나 나약하고 불안정하며 취약한 부분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지구 종말의 상황에서 언니나 형부와는 달리 냉담하리만큼 이성적이고 담담한 저스틴의 모습에서는 궁극적인 파멸과 종말을 넘어서는 우울증의 짙은 본질이 느껴지기도 하고, 우울의 끝에서 종말이나 죽음에 초연한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저스틴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지구의 종말조차도 넘어설 수 없는 우울의 절대적 무게감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묘사된 우울과 불안감은 대책 없이 영화를 어둡고 무겁게 만들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화의 영상은 극도의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한다. 우울과 지구 종말이라는 소재로 인간 내면의 본성과 의식의 무너짐의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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